십수년전 경북 청도군에서 부활한 소싸움축제는 올해로 열여섯번째를 맞으며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축제의 하나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매년 3월 중순 치러지는 소싸움을 보기 위해 수십만명의 국내ㆍ외 관광객들이 경북 내륙의 청도로 몰려들고 있으며 머잖아 상설소싸움경기장이 완공되면 승패를 알아 맞히는 우권산업도 출범할 전망이다.
과연 청도소싸움축제는 어떤 행사이고 세인들의 발길을 돌려놓는 소싸움의 매력은 무엇일까.
청도소싸움축제는 이 땅에 농경문화가 정착한 이래 천년간 이어온 지역문화를 문화관광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전국에서 기량이 우수한 싸움소 120여마리가 출전해 조별 토너먼트 방식으로 하루 18-19경기를 펼쳐 챔피언을 가린다.
그리고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시생활에 지친 관람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지난 99년부터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한국의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꼽혔으며 현재는 세계 각국의 관심과 조명을 받는 국제적 대회로 성장했다.
일본 NHK가 2000년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세차례에 걸쳐 일본 전역에 방송했고 CNN, 로이터, AP, AFP 등 국제적 언론사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 큐슈지역 관광객과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지역 외국인관광객, 주한외국인 등 많은 외국인들이 축제장을 방문해 소싸움경기와 특별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소싸움의 기원은 문헌상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목동들이 심심파적으로 즐기기 위한 놀이로 시작해 점차 규모가 커졌다는게 통설이다. 그러다가 소싸움이 확산되면서 마을이나 씨족단위로 번져 각자의 명예를 걸고 가세(家勢) 또는 족세(族勢)과시의 장으로 이용됐다는 것. 대체로 추석 놀이로 즐겨오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민족의 협동단합을 제압하기 위해 이를 폐지시켰다.
그러나 민초들에 의해 그 명맥이 조심스레 이어져 왔고 광복을 맞아 부활돼 그 맥을 이어왔으며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민속놀이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경북 청도군은 지난 90년부터 영남 소싸움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3.1절 기념행사로 자계서원 앞 드넓은 서원천변에서 소싸움을 개최해 왔다. 한번 탄력을 받은 소싸움은 특유의 신명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해마다 규모가 커져 이제는 한국 최대 규모의 소싸움으로 탈바꿈했다.
소싸움 방식은 초창기 소의 크기에 관계없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과 기술로 한판승부를 겨루던 것에서 체계화되면서 무게에 따라 甲ㆍ乙ㆍ丙 세 체급으로 나눠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인간의 씨름 못지않게 가술도 다양해 뿔치기, 머리치기, 배치기, 목치기, 옆치기, 뿔걸어 당기기 등 갖가지 재간을 구사하며 승자를 가린다.
청도소싸움은 지난 98년 9회 대회때까지 전국민속투우대회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소싸움대회로 자리잡았고 99년 문화부 지정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같은해 청도군과 청도투우협회은 일본 화우(和牛) 싸움소 3마리를 초청해 한ㆍ일친선투우대회를 개최했고 주한미군 로데오경기를 갖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싸움 외에도 축제현장에 오면 다양한 형태의 민속놀이와 공연,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행사장 주변에는 옛 정취를 불러 일으키는 초가집과 시골장터를 재현한 전통먹거리체험장, 소여물 먹이기, 농경민속놀이마당이 마련된다. 소조각 탁본체험을 비롯해 시골마을 향수가 담긴 소달구지 타기, 짚을 이용한 새끼꼬기 등 전통문화 체험장이 어느새 시골마을로 인도한다.
'국제화'를 표방하는 축제성격에 맞게 주한미군으로 구성된 카우보이협회 회원들이 우리소를 타고 묘기를 펼치는 한우로데오가 특별경기로 펼쳐진다. 축제에는 한국소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호주의 싸움소도 출전해 국가별 대격돌을 벌이고 이색볼거리로 관중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이들 외국소는 소싸움으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와 미국 와이오밍주, 호주 등에서 수송해 온 투우로 하루 한차례씩 국제전을 벌인다.
개막식에는 패러글라이딩 축하비행과 취타대 연주, 농악시연, 국악예술단 공연, 인기가수 축하공연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특히 청도군의 자랑거리인 온누리예술단이 해외공연을 통해 국제적 성가를 드높인 수준높은 국악공연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한다.
2002년 8월 '전통소싸움 보존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고 다음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되면서 청도소싸움이 관광산업으로 한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법률에 따라 경마장의 마권(馬券)과 같이 우권(牛券.소싸움투표권) 발매가 가능해져 입장객은 입장권과 함께 우권을 사고 지정한 소의 우승시 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청도군은 2000년 7월부터 청도 화양읍 삼신리 산 202번지 일대 33만여㎡ 부지에 건설 중인 상설소싸움경기장이 완공되면 주말과 휴일마다 소싸움을 갖고 '투우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률 98%로 완공을 눈앞에 둔 상설소싸움경기장은 1만2천석 규모로 144곳의 우권 판매소를 설치하고 주말과 휴일마다 하루 1만2천~1만5천장의 우권을 판매하게 된다.
상설소싸움경기장은 자동개폐식 돔지붕을 도입해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가 있다. 우권발매는 별도로 설립된 ㈜한국우사회가 맡아 발매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2003년 9월엔 농림부로부터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청도소싸움경기 시행허가를 받았다.
소싸움경기를 즐긴 관광객은 인근 운문사 운문산, 낙대폭포, 청도석빙고 등을 방문해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감상하게 된다. 운문사는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널리 알려졌고 경내에 있는 천연기념물 180호인 처진소나무는 매년 봄 막걸리 12말을 물에 타서 뿌리에 붓는 행사로 인해 일명 '막걸리먹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청도가 청정지역으로 일컫는 이유를 영남알프스 주봉인 가지산 자락인 운문산에 오르면 실감하게 된다. 짙푸른 소나무와 기암괴석, 때묻지 않은 원시풍광이 입산객을 선계로 안내한다. 청도역에서 3㎞ 정도 떨어진 청도 남산 중턱에는 높이 30여m의 낙대폭포가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몰리기 마련이다. 청도 화양읍 동천리의 석빙고는 조선시대 숙종때 만들어졌고 전국에 있는 6기의 석빙고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청도소싸움축제는 5일간 35여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을 동원했고 71억5천만원에 달하는 경제유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청도군 관계자는 "청도국제소싸움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서 청도를 관광도시로 알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회규모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써 면모를 굳혔다"고 말했다.
청도군은 경북의 최남단에 위치한 전원 농촌지역으로 일찍이 산과 물이 푸르고 맑으며
인심 또한 순후하여 삼청(三淸)의 고장으로 널리 불리어져 왔으며, 올곧은 선비정신이 면면이 이어져
역사적으로 많은 충신, 의사, 효열자를 배출한 충효의 고장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 농경 민속놀이인 소싸움을 계승 발전시켜 관광상품화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화관광 축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물러나지 않는,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우직한 소싸움의 정신은 청도사람들의 뿌리에 박힌 의지를 상징합니다.
가뜩이나 무릎이 꺾이는 힘든 요즘, 불굴의 의지로 힘차게 매진하는 청도소싸움에서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지켜 보십시요.
천년의 역사를 이어 내려온 소싸움은 이제 청도의 대표적인 민속행사로, 한국농경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세계적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박빙의 승부로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한일 싸움소경기와 박진감 넘치는 한우 로데오경기, 소싸움현장을
생생히 담아내는 아마추어 사진촬영대회 등 지축을 울리는 함성과 함께 뜨거운 축제의 현장을 체험해 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