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소리를 지르며 양손에 쥔 줄을 당기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윤년마다 음력 3월 초 4일 동안 충남 당진군 송악면 기지리시에서 열리는 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 행사장을 찾으면 엄청난 크기의 줄에 주눅들었다가도 주민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면서 줄을 당기노라면 도심 속 찌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날릴 수 있다.
450년 역사를 간직한 이곳 줄다리기 행사에 쓰이는 줄은 길이가 200여m, 지름이 1m, 무게가 40t에 달하는데 마을주민 등 500여명이 볏짚 3만여단으로 한달에 걸쳐 정성스럽게 만든다.
거대한 몸줄을 만들 때에는 관광객들도 함께할 수 있다. 줄이 너무 굵고 무겁기 때문에 몸줄에 곁줄이라는 작은 줄들이 좌우로 늘여있어 그 모양이 지네와 비슷하다.
행사 마지막날 오후 1시께면 `물위'(바다쪽)와 `물아래'(내륙쪽) 양팀 두목들이 "의여차, 의여차"(의롭게 가고 또 가자)를 외치면서 관중들을 독려해 자기편 줄을 본행사장까지 옮겨가는데 줄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과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 마치 용이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을 하는 것과 같은 장엄한 광경을 연출한다.
암줄과 숫줄이 모두 도착해 암줄의 머리가 번쩍 들리면 숫줄의 머리를 옆으로 살짝 돌리면서 암줄의 머릿속으로 성스럽게 진입시킨 뒤 비녀장을 끼워 암수줄을 결합시키는데 이로써 천지만물 생성의 근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후 몸줄 옆에 늘여있는 곁줄을 마을 주민과 관광객이 양쪽 2천500여명씩 나뉘어 잡고 승부를 겨루는데 물위가 이기면 온나라가 평안하고 물아래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으나 결국에는 승부를 떠나 너와 내가 하나가 돼 거대한 민족축제의 한마당이 된다.
줄다리기 본행사 외에 행사 첫날 국수봉 산신각에서 한해의 풍년과 나라의 태평성세를 기원하며 올리는 당제와 대동우물에서 우순풍조를 기원하는 용왕제, 상권의 번영과 안녕을 비는 시장굿 등도 좋은 볼거리이다. 또 행사기간 내내 기지시리 곳곳에서는 전통삼베짜기와 농경짚풀공예 시연, 윷놀이, 그네뛰기, 연날리기, 투호놀이, 전통국악 및 마당극 공연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윤년에는 이 같은 대제가 열리지만 평년에는 소제로 용왕제와 당제, 간단한 민속놀이와 약식 줄다리기 등만이 치러진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경인지역은 물론 영호남지방에서도 세계최대의 줄다리기 행사를 체험하고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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